“처음 만났는데, 미끈하고 잘생긴 배우가 담백했어요. 동시에 있기가 어려운 덕목인데. 현빈은 속이 깊고 자기표현을 잘 하지 않는 편이죠. 탕웨이는 자기표현에 능해 두 배우의 실제 성격은 영화와는 반대였습니다. 현빈은 자기 무기를 신뢰하지 않는 장수 같습니다. 사실 ‘이게 내 무기다’라고 하는 순간부터 정작 그것은 전혀 위협이 못 되는 경우가 많죠. ‘잘생긴 남자가…’라고 할 때 한 번 주저하고, ‘이건 정말 감동적일 거야’라는 느낌에 ‘과연 그럴까’ 또 한 번 주저하고. 그 주저함이 가지는 힘과 매력이 있습니다. 현빈은 미세한 떨림과 주저함을 가진 배우라고 할 수 있죠. 그러다 보니 상대를 더 배려하게 됩니다. 앞으로가 참 궁금해지는 배우입니다.”
- 〈만추〉의 김태용 감독
“현빈 씨를 처음 만나고는 ‘과연 저런 배우와 연기할 수 있을까’ 걱정했어요. 도통 말이 없는 저 사람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어요. 저는 같이 작업을 하려면 빨리 친해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일부러라도 현빈 씨에게 말을 시키기도 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현빈 씨는 촬영을 딱 시작하면서 자신을 열어놓는 배우더군요.
사실 실제의 현빈 씨는 주원(시크릿 가든)이나 훈(만추) 모두 안 닮았어요. 말도 별로 없고, 새롭고 낯선 것을 싫어하는 듯해요. 처음 만난 여인과 사흘간의 짧은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성격은 아니에요.”
- 배우 탕웨이
- 〈만추〉의 김태용 감독
“현빈 씨를 처음 만나고는 ‘과연 저런 배우와 연기할 수 있을까’ 걱정했어요. 도통 말이 없는 저 사람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어요. 저는 같이 작업을 하려면 빨리 친해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일부러라도 현빈 씨에게 말을 시키기도 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현빈 씨는 촬영을 딱 시작하면서 자신을 열어놓는 배우더군요.
사실 실제의 현빈 씨는 주원(시크릿 가든)이나 훈(만추) 모두 안 닮았어요. 말도 별로 없고, 새롭고 낯선 것을 싫어하는 듯해요. 처음 만난 여인과 사흘간의 짧은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성격은 아니에요.”
- 배우 탕웨이
“2005년 〈내 이름은 김삼순〉 신드롬이 불었잖아요. 그때랑 지금이랑은 느낌이 달라요. 그때는 그냥 좋았어요. 신인 시절인데 많은 사람들이 현빈의 이름과 얼굴을 알게 됐다는 것이 좋았을 뿐 사랑받고 있다는 행복감을 충분히 누릴 여유가 없었어요. (이 환호와 인기가) 얼마나 더 갈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충분히 분위기를 즐기고 누리고 있어요. 지치고 피곤한 것도 있지만 하나하나 느끼면서 행복하고 기분좋게 일하고 있습니다.”
입대 전 잇따른 영화 개봉을 맞아 인터뷰 자리를 함께했던 현빈은 한 달여간 수차례 이어진 시사회와 제작발표회, 기자간담회, CF 촬영 일정 속에서도 신인 시절 만났던 몇 년 전과는 다르게 한결 여유롭고 성숙한 느낌을 전해왔다. 댄디하고 세련된 도시 남자, 감미로운 연애 상대, 설렘을 간직한 뜨거운 청춘 속에는 묵직한 사내의 풍모도 여물어가고 있었다. 흥분하는 법이 없을 것 같은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해갔지만 “기분 좋다” “행복하다” “즐기고 누린다”고 되뇌는 입은 스스로 느끼는 대견함과 성취감을 숨길 수 없었다.
‘삼색 현빈’으로 1막을 끝내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두 작품을 가져갔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는 일이죠. 제 인생 1막을 끝내는 시점에서 입대라는 하나의 쉼표를 찍게 됐지만, 그전에 큰 행운을 누리게 됐어요.”
베를린국제영화제 참석은 영화배우로서 현빈의 입대 전 마지막 공식 일정이었다. 현빈은 “어린 나이에 큰 것을 이룬 기분”이라며 뿌듯함을 표했다. 드라마와 이어진 두 편의 영화는 현빈의 팬들에겐 ‘삼색 현빈’을 볼 수 있는 일종의 3부작이나 다름없었다. 드라마에서 현빈은 까다로운 재벌 2세를 연기하며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이라는 신조어를 유행시켰다. 멜로 영화 〈만추〉는 시애틀을 배경으로, 살인죄로 복역 중 사흘간의 짧은 외출을 허락받은 중국계 미국 여성 애나와 사랑을 팔며 사는 한국계 청년 훈과의 운명적이고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삶에 지친 발걸음이 물기에 젖은 것처럼 무거운 여인에게 잠깐 얼굴을 드러냈다 사라지는 시애틀의 가을 햇빛처럼 다가온 남자. 기른 머리를 위로 잔뜩 부풀려 뒤로 넘겨 붙인 스타일의 현빈은 약간의 허세와 능청, 건들거림 이면에 여리고 깊은 연정을 간직한 인물을 매력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현빈은 이 영화에서 모든 대사를 영어로 소화했다. 미국에 건너온 2년차 한국계 청년이라는 설정 때문이다.
“훈은 겉으로는 밝지만 사실은 불쌍한 친구입니다. 속으로는 아픔과 슬픔이 많지만 사랑을 팔아 살아가야 하는 ‘직업’ 때문에 상대를 기쁘게 해주고 늘 웃어야 하죠. 주원과 훈을 비교한다면 제 실제 성격은 훈이 쪽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주원은 하고 싶은 말이나 감정 표현에 거리낌 없는데 실제 저는 그러지 못하거든요. 훈이처럼 가슴에 담은 것들을 내색 안 하고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요.”
〈만추〉를 찍을 때는 촬영 한 달 전 시애틀로 미리 건너가 매일 2시간씩 두 명의 현지 교사에게 영어 과외도 받았고, 김태용 감독, 탕웨이와 어울리며 분위기를 익히고 서로의 연기를 계산하고 약속했다. 드라마에선 말쑥한 헤어스타일과 ‘한땀 한땀’ 직조했다는 명품 트레이닝복 혹은 정장 차림으로 등장했던 현빈은 임수정과 공연한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에선 편안한 니트 셔츠에 면바지 차림으로 살짝 웨이브를 넣은 장발을 자꾸 쓸어 올린다. 스타일만큼이나 등장인물의 성격도 딴판이다. 이 영화에서 현빈은 결혼 5년차에 갑작스럽게 통고받은 아내의 결별 선언을 묵묵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남자를 연기했다. 굳이 따지자면 이혼의 ‘귀책사유’는 ‘딴 남자가 생겼다’는 아내에게 있겠지만, 정작 깨질세라 조심스러운 것은 남자다. 남자는 여자가 집을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 여자를 위해 정성스럽게도 짐을 싸준다. 지나온 5년간의 어느 하루를 지내듯 아무렇지도 않은 남자의 반응에 오히려 답답하고 화가 난 여자가 투정을 해보지만 남자는 지난 5년간 그랬던 것처럼 “미안해, 괜찮아”라는 말만 되뇔 뿐이다.
현빈은 정지된 시간처럼 느릿한 말투로 비범한 남자의 비범한 이별의 풍경 속으로 침잠해 들어간다.
“절제를 해야 하는 캐릭터였죠. 연기를 할 때 답답한 부분도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안에 있는 표정을 드러내지 않고도 속에 있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요즘 영화의 어법과 달리 호흡이 긴 영화죠.”
사실 드라마에선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만추〉나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가 대중적인 오락영화는 아니었다. 게다가 굳이 따지자면 여성 캐릭터가 더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지난 2008년 찍었던 〈나는 행복합니다〉는 저예산 독립영화에 가까웠다. 당시엔 개런티를 거의 받지 않고 출연했다.
“삼순이 때는 밥집 가면 할머니들이 좋아해주셨어요. 제가 한 것보다 훨씬 크게 좋은 결과가 나온 것도 있고 죽어라 했는데 결과가 신통치 않은 작품도 있었어요. 그렇다고 제가 자원봉사자는 아니잖아요? 다만 제가 재미있고 하고 싶은 걸 했던 거죠. 돈을 받고 못 받고는 나중 문제고, 저랑 같이 작업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문제 같아요. 저 또한 늘 볼거리가 많고 재미있어 보이는 영화만 한다면 다 그런 작품만 나올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저에게도 더 안 좋은 일이 아닐까요?”
이제 미니시리즈 5~6부쯤 왔다
스물아홉 그리고 입대. 현빈은 “미니시리즈로 치자면 이제 5~6부쯤 온 것 같다”고 했다. 몇 년간 연예인들의 병역기피 논란과 사건이 끊이지 않던 상황에서 현빈은 해병대를 지원하면서 큰 화제가 됐고, 대중으로부터도 큰 지지와 환호를 받았다.
“예전부터 경찰대나 테러진압부대에 가고 싶었어요. 어린 시절의 로망이기도 했는데 그것이 해병대 지원의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병역의 의무를 해야 한다면 어린 시절의 꿈대로 해보자고 마음먹었죠. 해병대 지원을 선택하면서 지금 인기나 관심은 정말 솔직하게,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아쉽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다만 일과 연기에 대한 재미를 한창 누리고 있고, 스스로에게 더 끄집어낼 것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을 중단해야 한다는 게 아쉬울 뿐이죠. 하지만 또 다른 2년과 새로운 세계가 기대됩니다. 지난 20대는 배우로서 작품이나 캐릭터에만 몰두하며 살아왔는데, 앞으로 2년간은 ‘인간 김태평(본명)’을 찾아가는 시간이 될 것 같아 흥분도 되고 기대도 큽니다. 하지만 막상 다를 수도 있고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원래의 자신, 저만의 세계를 만나러 가는 기분입니다.”
현빈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경찰대학에 가려고 했다는 어린 시절의 꿈을 종종 토로해왔다. 그러다가 연기세계를 처음 접한 것이 고등학교 때 연극반에서였다. “학교 소극장에서 첫 공연하고 박수 소리를 듣는데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벅찬 느낌이 솟아오르더라”는 것이 신인 시절 현빈이 털어놓았던 연기 입문의 동기였다. 당시 학원 수업도 내팽개치고 두 달여간을 연습실에서 살았지만, 집에서는 아들이 공부 열심히 하고 있는 줄 아셨다고 한다. 결국 학원에서 전화가 와서 보수적인 부모님과 2년 내내 싸우기도 했다. 그러나 어머니와 싸우면서도 연습실로 향하는 발걸음에서 짜릿한 희열을 느끼며 ‘내가 정말 연극을 좋아하고 있구나’라고 깨달았고, 누가 뭐라하든 그때부터 장래 희망란에는 줄곧 ‘배우’라고 써왔다. “목표를 독하게 고집했던 그 때가 스스로 대견스럽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2003년 시트콤 출연으로 본격적인 연예 스타로서 경력을 시작했다. 신인 시절부터 ‘애늙은이’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진득한 성격. 연애도 마찬가지다. “내가 좋아한 사람이면 그 사람이 버릴 때까지 내가 먼저 버리진 않는다.” “연애하면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상대가 모든 부분에서 1순위”라고 토로한 적도 있다. 지난 1년여간은 동료이자 톱스타 여배우인 송혜교와 ‘연예계 자타 공인 커플’이었다. 절정의 인기에 있는 선남선녀 청춘스타가 적지 않은 기간 연애하다 보니 말도 많고 색안경을 쓰고 보는 시선도 불편했다. 끊임없이 결별설에 시달리다 입대 후 결별을 공식 발표했다.
“이런저런 얘기가 있었지만 제가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팬들이 알 권리라는 분도 계시고 사생활은 사생활일 뿐 보호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저 개인적인 부분까지 다 보여드리고 싶진 않습니다.”
이제 현빈은 자신의 뜨거운 20대를 보냈던 자리를 떠나 그 말마따나 2년간 온전히 ‘해병 김태평’으로 살아야 한다. 익숙한 것들과의 헤어짐이고 낯선 세계와의 만남이다. 그 소감은 현빈 스스로가 본 자신의 영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의 감상평으로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이별은 고통이나 쓸쓸함뿐 아니라 다시 새로운 행복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사/펌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사]현빈-탕웨이 '만추', 35회 토론토영화제 공식초청 (0) | 2014.06.09 |
---|---|
[기사]현빈과 김민준의 비정한 나날 (0) | 2014.06.05 |
[기사]씨네21인터뷰(2011) (0) | 2014.06.02 |
[기사]현빈-매력적인 껍질을 가진 배우 (0) | 2014.06.02 |
[기사]역린-너희들은 내 아들을 모른다? 아니 이 영화를 모른다! (0) | 2014.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