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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공조(2017)

[인터뷰] 현빈이 묻는다.


어떤 배우는 평생 한 번 경험하기도 힘든 절정의 순간을 현빈은 이미 두 번이나 맛봤다. 첫 절정의 순간은 일찍 찾아들었다. 전국이 ‘내 이름은 김삼순’ 앓이에 빠졌을 때 현빈의 나이 스물 넷.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변화를 제대로 감지하기도 전에, 그 뜨거운 시간은 모래알처럼 빠져나갔다. ‘마약과도 같은 인기의 속성’을 일찍이 파악했기에, ‘시크릿 가든’이 찾아왔을 때 현빈은 달랐다. 언젠가 사그라들, 잠시 찾아든 선물과도 같은 그것을 애써 잡으려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지켜보며 순간을 음미했다. 정상에 선 순간 돌연 해병대에 입대한 것도, 이미 인기의 속성을 꿰뚫은 자의 이유 있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

김태평으로 대략 2년. 그리고 또 다시 배우 현빈. 제대 후 선택한 ‘역린’은 전국 385만이라는 관객을 불러 모으고도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 아래 흥행 실패란 오해를 얻었다. 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는 같은 시기 방영된 ‘킬미, 힐미’와 비교되며 현빈의 커리어를 할퀴었다. ‘현빈 추락’ ‘현빈 씨, 그게 최선입니까?’ ‘현빈, 전역 징크스’ ‘아, 현빈……’ 자신을 향한 혹독한 말들과 날선 시선들을 당사자 현빈이라고 모를까. “영화 ‘공조’가 제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걸 잘 안다”는 현빈은 그저 묵묵히 나아갈 뿐이다. “저는 괜찮아요. 성공하면 감사한 거고, 안 되면 그 다음 작품에서 더 열심히 할 뿐이에요. 그땐 제가 지금 이 순간 느낀 감정이 더해져서, 또 다른 캐릭터가 나올 테니까요”


물론 기록이 알려주듯이 영화 ‘공조’는 흥행 역주행을 이루며 설 연휴 흥행 1위에 올라섰다. 동시에 현빈을 향한 달콤한 말들이 다시 손을 흔든다. 그 속에서 현빈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물어보면, 얼굴에 은은한 미소를 보이며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아시잖아요.”


Q. ‘공조’는 어떤 선택이 크게 작용한 건가요?

현빈: ‘공조’는 그 기준으로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어요. 그보다는 다양한 것들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죠. 이 작품을 보시든 안 보시든, 마음에 드시든 안 드시든, 일단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게끔 해 드리는 게 저의 몫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젠, 제가 원하고 원하지 않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드리고 그 결과는 그냥 받아들이려고 해요.


Q. 이전에 당신이 보여주고 싶었던 건 어떤 건가요.
현빈:
 20대에는 뭔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드라마 ‘아일랜드’도 그랬고 ‘그들이 사는 세상’(이하 ‘그사세’)도 그랬고, 영화 ‘만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도 그랬죠. 관객들이 보고 여운을 느끼는 작품,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에 끌렸던 것 같아요. 그건 본능적인 행보였습니다.


Q. 당신의 ‘공조’ 출연 소식을 듣고 흥미로웠던 것도 그 때문이에요. 현빈과 JK필름의 조합은 사실 상상해보지 못했거든요. JK필름은 대중적/오락적 감식안이 탁월한 제작사잖아요?
현빈:
 지금은 이렇게 오락적인 영화들,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들이 제 눈에 보이나 봐요. ‘공조’도 그렇고 지금 촬영하고 있는 ‘꾼’이라는 영화도 오락성이 큰 작품이에요. 앞으로는 다양한 장르에 다가갈 생각이에요.


Q. 사실 ‘공조’는 소재가 특별한 영화는 아닙니다. 남과 북의 인물이 좌충우돌하는 영화는 많았으니까요. 송강호-강동원의 ‘의형제’, 공유의 ‘용의자’, 탑의 ‘동창생’ 등이 그렇죠.
현빈:
 늘 새로운 걸 원하죠. 그건 어느 배우나 같은 마음일 거예요. 하지만 시스템적으로 한계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큰 그림은 같더라도 그 안에서 최대한 다르게 표현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요. ‘공조’도 그런 마음으로 다가갔어요. 이전에도 그랬어요. 가령 ‘내 이름은 삼순이’ 때 캐릭터가 재벌 2세였어요. ‘시크릿 가든’도 재벌 2세였죠. 큰 건 똑같아요.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캐릭터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많은 것들이 다르다고 봤어요. 그래서 선택을 했고요. 폭이 크든 작든 차이점을 찾아가려고 해요.


Q. 북한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참고한 게 있나요?
현빈:
 아니요. 북한 캐릭터가 나온 영화들은 많지만, 내용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굳이 볼 필요가 없다고 봤어요. 북한 말을 지도해주시는 선생님이 계셨기에 문제가 없었죠. 대신, 파워풀한 액션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여러 액션 영화들을 찾아보긴 했어요.



Q. 개인적으로 당신은 힘을 뺀 연기에 아주 탁월한 능력을 지닌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일상적인 상황 안에서 그 진가가 더욱 증폭되죠 ‘공조’의 경우 상황 자체가 굉장히 특수하기에 다른 연기의 맥을 찾아야 했을 텐데요.
현빈:
 고민이 있었죠. 철령은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 지는 인물이에요. 강진태와 인간적으로 유대를 느끼고 소통하는 걸 표현해내기가 쉽지 않았죠. 결국 작은 시선과 눈빛, 단답형의 대답들이 제겐 중요했어요. 톤과 뉘앙스 등이 철령을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라고 생각했습니다.


Q. 당신의 일상적인 연기, 그러니까 어딘가에서 함께 살아 있을 것 같은 인물은 ‘그사세’에서 아주 강렬했습니다.
현빈:
 네. 제가 연기한 작품 중 가장 현실적인 작품이었죠.


Q. 그래서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사세’를 아직도 거론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현빈:
 안 그래도 인터뷰하면서 듣고 있어요. 기자 분들에게.(웃음) ‘그사세’ 때의 저를 많이들 좋아하시는구나, 느끼죠. 너무 아끼는 작품이에요. 너무 좋아하는 작가님, 좋아하는 감독님, 좋아하는 배우들과 함께 한 작품이고요. 그런 생각을 종종 해요. ‘그사세’가 조금만 늦게 나왔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 그랬다면 조금 더 많은 분들이 보시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 제 생각엔 좀 빨랐던 것 같아요. 노희경 선생님이 빠르시거든요. 시대를 앞서 가시는 게 있으시죠.


Q. 네. 하지만 그랬기에 현빈의 행보가 더 의미심장해 보이는 부분이 있죠. 당시 시청률과 무관하게 말이죠.
현빈:
 흥행/시청률 이라는 건 그런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저를 군대 다녀 온 전 후로 나누시더라고요. 제가 20대에 다녀왔어도 그랬을까요? 아무래도 ‘시크릿 가든’이라는 큰 이슈가 있어서인 것 같아요. 그 무렵에 영화 두 편(‘만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을 가지고 베를린영화제에도 다녀왔었고. 또 군대를 조금 남다른 곳(해병대)으로 가면서 사람들의 기대치를 올라간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인기와 흥행은) 제 능력 밖인 것 같아요. 책임 회피가 아니라 사실이 그래요. 그래도 자신 있게 말씀 드릴 수 있는 건, 신인 때나 지금이나 제 마음은 한결 같아요. 오히려 지금 더 열심히 작품을 준비해요. 이번 ‘공조’에 오랜 시간을 투자했어요. 시청률은 안 좋았지만 ‘하이드 지킬, 나’도 정말 열심히 했죠. ‘역린’도 마찬가지고요. 흥행에 대해 많이들 물어보시길래, 얼마 전에는 제가 기자 분들에게 여쭤보기도 했어요. “도대체 흥행의 기준이 뭔가요?”라고.


Q. 어떤 대답을 들으셨습니까.
현빈:
 어떤 분이 “손익분기점”라고 하길래 “‘역린’은 손익분기점을 넘었는데요? 그런데 왜 흥행이 안 됐다고 할까요?”라고 되물었죠.(웃음) 물론 이유는 알 것 같아요. 기대치가 너무 컸고, 거기엔 미치지 못했으니까요. 관객 분들이 판단한 결과겠지만 ‘역린’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있긴 해요. 그때 너무나 큰일(‘세월호 참사’)이 발생하면서 영화 관객이 전체적으로 많이 줄었어요. 그런 시기였죠. 조금 다른 시기에 관객을 만났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제겐 있어요. 그런 아쉬움은 저보다 이재규 감독님이 더 크셨을 테고요.



[출처] 비즈엔터: http://enter.etoday.co.kr/view/news_view.php?varAtcId=95444#csidx42d633a6777eba9ad560a5021ec5fcb